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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이 허니문 베이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 2009/04/20 16:15

작년 말 쯤에, 책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는 신간 계획표를 받았는데요.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알맹이가 파릇파릇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이준구 교수님의 《경제학 원론》으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얼마쯤인가... 이준구 교수님이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어? 교과서 쓰시던 분인데, 칼럼도 쓰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칼럼과 교수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들이 모여서 이 책이 되었습니다. 서문은 여기서 마치고요, 주인공 새신랑 토닥토닥님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참고로 4월 4일에 갓 결혼하셨답니다.^^)
[알맹이] 첫 책이 나왔는데, 감회가 어떠세요?
[이정규] 당황스럽기도 하구요(웃음). 처음 기획해서 낸 첫 책이라 감격스러워야 하는데, 바빠서 그럴 틈이 아직 없네요.(웃음)

[알맹이] 3일만에 재판을 찍으셨는데..
[이정규] 역시 당황스러워요. (웃음)
[알맹이]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이정규] 경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문제니까요. 그러다가 대운하나 종부세에 대해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글을 봤어요. 그러다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게 되고, 거기 보니까 제자들이나 동료 교수들과 문답을 나눈 내용들도 읽어보았구요. 또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경갤(경제갤러리)’라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승리의 준쿠리(웹상에서의 교수님 별명)’라고 많이들 교수님 글을 언급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해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팀장님과 함께 찾아갔어요. 교수님께서도 마침 책을 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고, 그러면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내보자..라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원래는 삼고초려까지 생각했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웃음)
[알맹이] 교수님의 글 중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끌리셨나요?
[이정규]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글을 쉽게 쓰시고, 또 굉장히 인간적이예요. 강의를 하시는 분이니까 전달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죠. 노력도 많이 하시구요. 교수님 교과서 《미시경제학》은 개정판이 7쇄까지 나왔는데, 이것도 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거라고 해요. 교과서도 일일이 교정을 다 보신다고 하구요.
[알맹이] 저는 책을 보고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각 장마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한 꼭지씩 붙어있더라구요.
[이정규] 네, 그게 교수님 글쓰기의 특징이에요. 그리고 글에서 비분강개라고나 할까...그런 감정들이 충분히 느껴지죠. 종부세 위헌 판결이 났을 때, 미국 방문 중이셨는데, 그때 하시던 일을 작파(?)하고 ‘교과서를 다시 쓰라는 말인가’라는 글을 쓰셨죠. 그리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서 설명을 하시구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게 지식인의 의무다..라는 생각도 갖고 계신 거 같아요.
[알맹이]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이정규] 굉장히 젠틀하신 분이예요. 책 작업하면서 교수님 연구실을 몇 번 방문했었는데, 학생들이 정말 스스럼없이 찾아오더라구요. 다 자상하게 응대해주시고, 또 홈페이지에도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다 일일이 답해주시구요.
경제학자들은 수필을 써도 이렇게 골치 아픈 것만 쓴다고 말하실지 모릅니다. 경제학의 별명이 ‘우울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니 경제학자인 저도 늘 우울한 글만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유머 코드와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책 속 한 구절
[알맹이] 책에서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이슈는요?
[이정규] 아무래도 한미 FTA일듯 싶네요. 이게 교수님의 입장, 혹은 시각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죠. 교수님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시거든요. 다른 필자들은 입장이 먼저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글을 쓰죠. 예를 들면 우석훈이나, 장하준이나. 독자들이 봤을 때, 그들이 대략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오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은 철저히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원리 원칙을 따져서 합리적으로 이건 맞고, 이건 틀립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종부세같은 경우는 교수님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이지만 종부세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는 마치 등록상표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지요. 솔직히 말해 진보의 성향을 갖는다고 하기에는 시장의 힘에 대한 저의 신뢰가 너무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장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장주의자로서의 제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미 FTA, 걸어볼 만한 도박인가?>입니다. 자유로운 무역에서 얻는 이득은 이것이 갖는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믿음이야말로 시장주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그 믿음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시장주의자임을 고백한 셈입니다." - 6장 <시장주의자의 고백>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어떤 사람은 내가 종부세에 턱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만약 지금 계획된 그대로 종부세가 부과되기만 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나의 학문적 명예를 걸고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내기를 할 용의가 있다."-<주택 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중에서
[알맹이] 예. 마지막 장 제목이 ‘시장주의자의 고백’이잖아요.
[이정규] 네. 처음에 그 제목을 만들어서 들고 갔을 때, 흔쾌히 동의해주셨죠.
[알맹이] 이런 이슈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교수님이 양쪽에서 공격받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면 좌빨이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수구 꼴통이고요. (웃음)
[이정규] 그렇죠.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시장주의자의 고백’에 보면 내가 좌빨이어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런데 서울대에서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을 이끌고 계시는데, 이게 서울대 개교 이래로 가장 큰 단체 행동이라고 해요. 자신이 시장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경제학 교수가 나설 만큼,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인거죠.
[알맹이] 첫머리에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라고 쓰셨던데요.
[이정규] 교수님은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신 분이고, 공부한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40년 정도를 경제학 외길을 걸으신 분이죠.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교과서 쓰시는 것에 대해 굉장히 행복해하세요. 누구는 교수님 교과서를 보고 ‘국정 교과서 만큼이나 오탈자가 없는’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본인의 현재 삶에 대해서 굉장히 편하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인 발언을 하시는 걸 보면, 절박함은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하는 상황인거죠.
[알맹이] 교수님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정규] 배려와 소신? 배려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는 거. 그리고 소신은 누구든 덤벼봐라하는 그런 도전을 받아들이는 태도랄까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글을 쓰시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고, 그만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애착도 있으시구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교수님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차별점이 있으신거죠.
[알맹이] 책이 나오고 나서, 바라는 게 있다면요?
[이정규] 교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단 독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구요. 종부세나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 같은 여기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경제가 굉장히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잖아요. 티비나 신문에서 무슨 용어가 나오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 쓰고 말이죠.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원칙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제의 원칙이 뭘까..잣대나 기준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같은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말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데요. 녹색, 휴먼, 뉴딜, 747...이런 근거나 원칙이 없는 장밋빛 말들이 넘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면서 ‘사실은 그게 아니야’라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원칙을 알고 자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출판 편집자라는 일 :: 2008/06/05 13:11

편집자는 매일, 매순간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마치 사냥꾼처럼 세상 구석구석을 기웃거린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은 물론 신문, 잡지 등을 뒤적거리고,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엄쳐 다니며, 새로운 인물과 만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아무도 손대지 않은 글이나 인물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뒤지고 건드려본다. 뛰어난 편집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딱히 뭐라 정의할 수 없었던 것을 시의 적절하게 하나의 키워드로 명쾌하게 제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의미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내거나 없었던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인간적인 매력을 발휘해 뛰어난 필자 여럿을 곁에 두는 것도 편집자의 능력이다.
기획에 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내서는 자신의 레이더를 전방위적으로 돌리며 새로운 아이템과 필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자기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제 책으로 구현해줄 사람을 찾는 방식일 수도 있고, 일단 사람을 만나 그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이미 써놓은 글을 보고 만난 필자라면 설득을 해서 계약을 진행하면 되겠지만, 대개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주제를 뽑아내고 목차를 짜보고 샘플 원고도 한두 편 만들어봐야 한다. 최소한 편집자와 저자 두 사람 정도는 대략적인 책의 상과 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기획회의에 올려볼 수 있다.
외서의 경우는 저작권 중개를 담당하는 에이전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좋은 타이틀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아마존 등을 통해 숨어 있는 보석을 찾는 경우도 있다. 또 번역자나 지인들에게 소개받는 책들도 간간이 있다. 흥미로운 책이 있다면 검토에 들어간다. 전문번역가 등에게 검토를 의뢰해 보고서를 받고 그 내용에 근거해 해볼지 말지를 판단한다. 안목 있는 사람에게 검토를 맡기는 것도 중요하고, 검토서의 내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국내서든 해외서든 사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판매와 홍보 등에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회의에 부치게 된다. 이 단계에는 그 책을 만들 때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예상 판매부수, 손익분기와 이익 등 여러 가지 숫자를 근거로 한 설득의 과정과 판매, 홍보 방안 제시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통과된 아이템은 계약을 진행하고 집필에 들어가게 된다. 이 다음 단계인 원고의 생산에는 편집자가 깊숙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완성된 원고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편집자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 필자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다듬어간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을, 잘못된 부분은 수정을 요구한다. 잘된 부분에 대해서는 때때로 '찬양과 경배'가 필요하다.
대개 편집자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교정, 교열은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대단히 중요한 과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우리말에 대한 고민에는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교정은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바로잡는 일을 말하고, 교열은 논리 혹은 내용상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을 말한다. 교정은 기본이라 할 만큼 익숙해야 하고 교열은 여러 종류의 원고를 만져보면서 계속 키워가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책 만드는 공정이 점차 빨리 돌아가게 되면서 교정, 교열까지도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그래도 원고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것은 출판사 내부의 편집자이므로 교정, 교열 능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할 것이다.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외서 번역 원고를 볼 때면 그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날 것 그대로의 원고를 책에 알맞은 수준으로 만들어가면서 한편으로는 그 책의 콘셉트(concept)를 잡고,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짜고, 표지와 광고에 쓸 카피를 뽑고, 책 전체의 연출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책 표지에 쓰인 글자 하나하나에는 여러 날을 낑낑대며 고민하고 수없이 깨지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를 거듭하는 편집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띠지를 곧장 쓰레기통으로 내던지는 잔인한 짓은 하지 말자.
자기가 잡은 콘셉트가 표지에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도 편집자가 할 일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기 의견을 개진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표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판형, 종이의 무게와 질, 하드커버냐 페이퍼백이냐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그 책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결정되어야 한다. 콘셉트나 카피도 그렇지만 표지와 내지도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이게 답이다'라며 합의를 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늘 말이 많고, 상처도 많고, 고생도 많다. 편집자가 디자인 감각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스스로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는 터라 디자이너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는 편이다.
본문이 완성되고 표지도 나오면 제작에 들어간다. 그 전에 종이로 오가던 원고가 출력소를 거쳐 필름의 형태로 나오고, 그걸 한 장 한 장 잘못된 곳은 없는지 빠진 페이지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 후 인쇄소에 넘기면 며칠 후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이란 물건이 나온다. 책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사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혹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표지에 오자가 있으면 끝장인데, 그 색이 제대로 인쇄가 될까 등등 오만 가지 걱정이 밀려든다. 책을 받아보는 순간까지도 오탈자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편집자의 숙명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판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진다. 우선 기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보도자료를 써야 하고, 책을 들고 언론사와 온ㆍ오프라인 서점을 돌면서 직접 자기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크게 미는 책이라면 신문광고도 준비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책들도 소소하게나마 온라인 광고나 작은 매체에 쓰일 광고 문안이 필요하다. 그 책에 맞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책을 보내 책이 장기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출판 편집자가 하는 일을 대략적으로 적어보았다(물론 위의 내용은 푸른숲에서만 3년 반을 일한 내 경험에 의지해 적은 것이다. 분명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차근차근 진행되면 참 좋겠지만, 사실 몇 권의 책이 각기 다른 단계에서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놓치는 것도 많고 내 욕심껏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품질과 생산성 사이에서의 고민도 점점 깊어져만 간다. 기획에 치중하면 편집할 시간이 없고, 좀더 완전한 문장에 욕심을 내다 보면 중요한 아이템이나 저자를 아차 하는 순간에 놓치고 만다. 두 가지 다 잘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아니, 두 가지가 아니다. 경력이 쌓여갈수록 숫자의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 꼭 베스트셀러를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 회사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와 독자와 나누는 소통의 폭 때문이다. 숫자가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만든 책의 사회적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데이터인 것만은 분명하니 말이다.
편집 경력 3년을 넘기면서 고민이 많았다. 유능한 편집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앞에 있었겠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이런, 나로서는 다 알고 있는 얘기를 없는 시간을 내서 죽 써봤다. 나름대로 정리도 되고 괜찮은 일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단 몇 명이라도 '너 정말 재미난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난 아주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다. 그 이면의 고충이란 사실 어떤 일을 하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 요즘 좀 쫓기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아무리 등을 떠밀어도 나만의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